번역의 탄생
- 한국어가 바로 서는 살아 있는 번역 강의 -

특출난 글은 아니지만 가끔씩 서평이란 탈을 쓴 글을 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늘 아쉬움에 부딪히는 게 한글, 우리 글 실력에 대한 부족함입니다.

이희재씨의 '번역의 탄생'을 읽었습니다.

번역의 탄생이란 책을 읽고, 뜬금없이 우리말 능력의 부족함을 탓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은 번역에 관한 책입니다만, 뒤집어 보면 한글에 관한 책입니다. 얼핏 번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시작어 해석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나 그 생각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영어를 예로 들자면, 영단어, 어휘 실력이나, 문법의 해박함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조건들이 잘 된 번역을 이끌지 않습니다. 단지 번역 시작에 필요한 하나의 조건일 뿐입니다. 도착어 구사 능력이 번역에 있어서 핵심입니다.

이 책의 요지이며 큰 틀입니다. 직역과 의역사이에서 좀더 의역에 주안점을 둡니다. 그런 배경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며, 도착어로 매끄럽게 번역하는 것입니다. 결국 번역이란 또다른 글쓰기입니다.

그런 맥락 속에서 기본적인 글쓰기 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부분 차지합니다. 더불어 한글의 한글다움에 대한 이야기와 한글다움의 백미를 표현하는 다양한 문장들을 제시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봅니다. 번역에 있어 다음의 사항을 새긴다면, 소위 잘 된 번역이란 소릴 들을 겁니다.

명사를 동사화하라. 한국어는 동적이다. 직역은 딱딱하다
대명사를 자제(he, she)하자. 한국어는 그냥 이름으로 많이 쓴다. 영어는 대부분 대명사로 받는다.
한국어는 주어 생략을 많이 한다.
주어(주체)가 빠진 수동태는 주어 없는 한국어 능동태로 바꾸자
한국어를 어지럽히는 과잉 사역문, 과잉 사역문을 없애자.
부사를 중시하는 한국어. 부사를 넣어 문장의 맛을 살리자. (갑자기-> 불쑥)
~적인 이란 표현을 피하자. (남성적 -> 남성다운, 야만적 -> 야만스러운)
군더더기를 빼자. 문장을 간결하게 만들자. 덧말을 이용해서 간결하게 만든다.
살빼기,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정,부정관사는 번역하지 않는다.
~고 있다. ~에 관한, ~에 대한 ~을 향한 등의 사용을 자제하자.
구체적인 표현 사용하자(좁히기) (결혼하다 -> 시집가다, 장가가다)
고유명사, 전치사등은 뜻을 덧붙여 번역하자. 고유명사는 알기쉽게 풀이하여 번역한다.
번역은 단어를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작업이 아니다. 자연스런 짝짓기 필요. 비슷한 단어의 매칭은 엉뚱한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뒤집는 발상도 유용하다. 의미적(구문적) 뒤집기, 단어적 뒤집기 (A가 아니다 -> B다.)
입말을 이용해 느낌을 살리자 (but, 전공 서적은 예외일 수도) -> 이해하기 쉬운 말을 쓰자
맞춤법은 기본이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반드시 사전을 찾아라.
사전의 중요성, 참신한 다른 표현을 찾기 위해서도 사용한다.

번역 생활 20여년간 축적된 저자의 노하우를 한껏 즐겼습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한국어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묻어나 있습니다. 저 역시나 그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부분을 다시 새기는 시간이었고, 알지 못했던 부분을 고민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 뿐만 아니라 글쓰기, 한글 문장력에 관심 있는 분은 한번씩 읽어보면 좋을겁니다.

또한 강한 주장보다는 또다른 가능성을 염두해 둔 저자의 주장이 맘에 들었습니다. 이거 아니면 답이 아니다란 주장이 아닙니다. 독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여유를 둡니다. 강요가 아닙니다. 쓰인 글에 정답이 없듯이 번역된 글도 하나의 실체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한국의 번역문화에 대한 일갈합니다. 지금껏 번역은 한국어의 논리 보다 외국어의 논리를 너무 숭상했으며, 외국어의 논리라는 것도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서 수미일관한 체계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즉물적이고 맹목적이었다 합니다. 번역에 대해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번역 뿐만 아니라 우리의 외국 문화 수용의 한계가 아닌가합니다.

몇 일간 글 줄들에서 인생에 달관한 노신사의 여유와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 행간에서 글쓰기에 대해, 그리고 번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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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번역의 탄생: 한국어가 바로 서는 살아 있는 번역 강의 // 6 books a month 2010/01/13 00:44 [Delete]
  1. 2009/05/21 11:05 [Edit/Del] [Reply]
    번역은 또 다른 글쓰기라는 말, 분명 그렇네요.
  2. 2009/05/21 11:44 [Edit/Del] [Reply]
    정말 맞아요. 저도 몇주전에 읽은 책인데 참 공감이 가더라구요..
  3. 2009/05/21 11:55 [Edit/Del] [Reply]
    번역이라는 작업은 그나라 언어도 잘 알아야 겠지만
    누구보다 한국어도 잘 알아야겠네요~
  4. 2009/05/21 13:14 [Edit/Del] [Reply]
    가끔 번역서들을 보다보면..
    분명히 한국어로 번역이 된 것인데 쉽게 읽히지 않는 것은
    내가 머리가 나쁜 탓일까? 아니면 번역자의 문제일까?
    궁금해질 때가 종종 있죠 ^^
    • 2009/05/25 10:19 [Edit/Del]
      저도 이제서야 조금씩 번역서의 거친 문맥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늘 제 머리를 한탄하곤 했는데.. :)
      그래도 아직.. 제 머리는 ㅠ.ㅠ
  5. 2009/05/21 14:35 [Edit/Del] [Reply]
    요즘 책 읽는거에 필 받았는데 이것도 땡기는군요.
    저는 다다음번 책을 스토리텔링에 관한 책을 볼까 생각중이거든요.
  6. 2009/05/21 23:28 [Edit/Del] [Reply]
    번역은 또다른 글쓰기 맞죠...*.*>
  7. 2009/05/21 23:42 [Edit/Del] [Reply]
    외국의 원문을 읽지는 못하지만~~ 번역에 따라 극과극의 관점이 생기기도 하니.... 어쩌면 정말 중요한 글쓰기의 한 부분인 것 같아요~
    • 2009/05/25 10:24 [Edit/Del]
      아니다 말하실 분들도 계시겠구요..
      뭐 저도 번역에는 문외한이니.. 이런 말 하는 것도 어불성설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번역은 텍스트의 해석 이상인 것은 분명합니다. ^^
  8. 갱친구쭈
    2009/05/22 16:33 [Edit/Del] [Reply]
    가입을 하나할까봐요.ㅎㅎㅎㅎㅎ
    그럼 오빠가.달아준 댓글도 금방 볼텐데요- 이책 왠지.......부업과 관련있나용??흐흐

    즐거운 금욜입니다. 주말 갱이랑또또랑 무난한 주말 보내세용^^
    • 2009/05/25 10:28 [Edit/Del]
      주말 잘보내셨나요? 다들 주말내내 공황상태였을거라 생각이 드네요
      멍하니 티비만 쳐다보다..
      인테넷 뉴스를 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상식적으로 산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거듭 느끼고 있습니다.
      더불어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있습니다. ㅠ.ㅠ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쭈님한테 괜한 넋두리네요 ㅠ.ㅠ
  9. 갱친구쭈
    2009/05/22 16:40 [Edit/Del] [Reply]
    근데.이거 가입할려면 무슨 초대 받아야 해요???흐흐흐흐흐
  10. 2009/05/22 22:49 [Edit/Del] [Reply]
    확실히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네요. 번역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가운데, 네모 부분의 글을 보니 일반적인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될 책으로 보이네요.
    블로그에 글쪼가리 끄적거리는 저만 해도 여러가지로 찔리는 게 많네요.
    확실히 외국서가 많이 번역되면서 번역가의 능력에 따라 글의 맛이 달라지더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소설가들이 번역한 책을 선호합니다.
    기본 글쓰기가 되는 사람들이라 번역한 문장들이 맛깔스럽고 좋은 경우가 많더군요.
    • 2009/05/25 10:48 [Edit/Del]
      그렇습니다. 번역뿐만아니라..
      우리글을 제대로 알기위해서 한번 쯤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fabricator님이 찔리는게 많을 정도면..
      전 가시밭길입니다...
      읽으며 느끼는 것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우리 글의 아름다움에 한껏 동했습니다.

      글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들이 번역해야한다는 생각 저도 동의합니다.
      단순히 텍스트의 해석 이상이 번역이 아닐까해요 :)
  11. 2009/05/25 14:27 [Edit/Del] [Reply]
    그러네요.. 공감이 갑니다.
    저도 번역알바 많이 해서~ 한국어답게 쓰기, 영어 답게 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 2009/05/27 11:20 [Edit/Del]
      역시 달팽맘님의 문장력은 그간의 글들에 기인하는 군요..
      저도 좀더 나은 글을 쓰기위해 노력합니다만.. 늘지않는 글들에 ㅠ.ㅠ
  12. 2009/05/26 12:00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2009/05/27 11:25 [Edit/Del]
      보냈는데 받으셨으려나?
      음 그럼 블로그 이전하실건가요? ㅋㅋㅋ
      아마 그건 아닐것 같구..
      친히 이렇게 티스토리에 입성해주시니..
      고맙기 이를데 없습니다...
      갱이한테.. 꼭 전할께요 :)

      봉하마을은 잘 다녀왔는지 모르겠어요..
      주위의 시선 보다는 나의 시선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면에서 쭈님은 남들의 하찮은 시선으로 재단할 분은 아닙니다. ^^

      이제 티스토리에서 자주 뵈여 ㅎ
  13. 2010/01/13 00:44 [Edit/Del] [Reply]
    '번역은 제2의 창작이다'라고 누가 그러데요. 동감한답니다 :)
    트랙백 걸고 갑니다.
  14. 2010/06/01 01:18 [Edit/Del] [Reply]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저는 기술번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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